태안 해변길을 걸으며
가을비 내리던 새벽하늘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먹구름 틈사이로 보이는 파란하늘
우울한 세상일 잊고 태안 해변길로 간다.
양재역 앞에서 반가운 이들을 만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다시 비가 쏟아지고 있다.
우산도 안 챙겼는데 걱정이다.
간월암에 도착할 무렵 비는 말끔히 개었다.
썰물 빠진 해변을 걸어서 미니 섬 간월도로 들어간다.
무학대사의 탄생 설화가 깃든 간월암
바다를 앞마당으로 두고 작은 몸집으로 아담하게 앉은 절집이다.
구름 사이로 환한 햇살이 회색빛 바다를 비친다.
드르니항에서 백사장항으로 넘어가는 교각이 환상적이다.
자연에 버금가는 조형물이 멋지다.
구름다리 건너로 솔숲이 보인다.
서해 해변의 완만한 곡선이 마음을 유순하게 만든다.
저절로 편안해지는 이 기분
사구 위에 무심히 돋은 들풀
길가에 핀 가을꽃들
바다 길엔 파도와 바람이 전하는 소리가 가득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세상이 어찌 돌아가건 자연은 늘 그대로일 뿐.
노래와 이야기, 웃음소리
즐거운 열기가 솔모랫길 해변을 가득 메운다.
드르니에서 시작해 노을 지는 꽃지해변 까지
아무 근심 없이 허허실실 걷는다.
날선 마음을 풀어헤치고 무념무상으로
이 하루를 그저 편안히 내려놓는다.
세상일은 세상의 법칙대로 굴러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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