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벼르고 별러 남도로 길을 떠났습니다.
모두의 마음을 오래도록 설레게 하던 그 길로 말입니다.
12월의 새벽 추위마저 상쾌했습니다.
첫 전철을 타고 도착한 사당역엔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공간에 모여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참 귀한 인연들
환한 웃음으로 이틀간의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를 것입니다.
적어도 이날의 우리는 같은 행복을 꿈꾸며 하루를 열었습니다.
설렘만큼 가슴 뛰게 만드는 게 있을까요?
서설이 내렸다는 무등산의 설경이 한껏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첫 산행지인 무등산에는
겨울왕국이, 순백의 설국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장 완벽한 타이밍의 절경을 누리는 행운이 누구에게나 허락된 건 아닐 겁니다.
행운의 여신이 우리에게 잠깐 찾아왔던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눈꽃 핀 서석대의 장엄함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태고의 신비를 지닌 서석대 위로 파란 하늘이 열리던 장관
빠르게 스치던 구름의 슬라이드 쇼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온통 새하얀 마법의 성을 헤매다 온 것 같습니다.
무등산의 설경에 우린 모두 넋을 잃었죠.
더 이상의 멋진 그림은 없을 거라 말하면서요.
하산 길 장불재에서 바라보던 입석대와 서석대의 위용은 또 어떻구요.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설산의 당당함에 압도되고 말았습니다.
유목민대장님은 저거 좀 보소라고 몇 번을 외치셨죠.
그 장관을 모두와 공유하고 싶어 하는 대장님의 무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새벽의 설렘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설렘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그 순간 들었습니다.
산과 산우를 향한 유목민대장님의 사랑과 열정이
어느 길에서 건 우릴 설렘으로 이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등산의 설화를 만끽한 우리는 다음 일정의 소쇄원으로 향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고고한 선비의 정원 소쇄원의 고즈넉한 풍광이 눈에 들지 않았죠.
이미 최고의 완벽함을 보았기에
이 풍경과 그 풍경은 비교의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조선 최고의 풍류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왔습니다.
까르 페 디엠! 순간을 즐겨라 하는 말이 있지요.
지금 여기에 최선을 다해 소쇄원의 유유자적을 누렸어야 했는데 지나고 나니 아쉽습니다.
기와담장에 쌓인 눈과 산새와 어우러진 고색창연한 광풍각, 제월당을 남겨두고
돌아선 길이 이제야 아쉬워집니다.
소쇄원 주차장 야외에서 깜짝 파티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조아조아님이 준비하신 대마 할머니 막걸리와 선인장님표 묵은지 볶음 감동이었습니다.
언 손으로 양은 잔을 서로 부딪쳐 가며 그린그린 힘을 목청껏 외쳤죠.
풍경이 주는 감동도 좋지만 사람의 마음이 주는 감동이 더 큰가 봅니다.
잊지 못할 겁니다.
조아조아님, 선인장님, 감사했습니다.
더불어 물심양면으로 찬조해주신
초목님, 곰시사랑2님, 황매산님, 윤덕님, 고두용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단아한 담양 愛에서의 우아한 저녁식사
담양온천에서의 따뜻한 온천욕
황토팬션 토루에서의 환상의 1박
축령산 편백 숲의 이국적인 설경
영산강 시원지 용소의 짙푸른 물
가마골의 훈훈한 인심
죽녹원 대숲의 유쾌한 결의
국수거리에서의 호탕했던 여흥
관방제림 400년 길의 운치
메타세쿼이아 길의 맑은 웃음들
원없이 즐거웠고 끝없이 유쾌했던 시간들입니다.
이틀의 길고 긴 일정을 모두 필설하기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간단히 적어보았습니다.
남도 여행길 초대해 주신 유목민 대장님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가진 것이 많더라도 아무런 대가없이 누군가에게 베풀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서로의 보따리를 풀 수 있는 대상을 만난다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우린 그린을 통해 서로의 보따리를 스스럼없이 풀어 놓을 귀한 인연을 만난 게 아닌지요.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린과의 3년이었습니다.
함께 한 시간들이 참 행복했습니다.
내 안의 흥을 감추지 않아도 돼서 좋았습니다.
조금 부족해도 허허실실 웃어주는 산우들이 고마웠습니다.
행복의 조건 중에 마음 맞는 이를 얻는 것만큼 소중한 건 없을 듯합니다.
우린 그 소중한 행복을 가졌으니 모두 마음의 부자가 아닐까요.
죽녹원 대숲에서 댓잎술 담긴 종이 잔을 치켜들며 큰소리로 외쳤지요.
오래도록 함께하자고.
유한한 삶에서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약속합니다.
그린의 산우들과 맺은 대숲의 결의 기억하며 오래도록 고락 함께 하겠습니다.
순간을 영원으로 만든 남도 명품 1박 2일
명품 대장님과 명품 산우님
동행해서 반가웠고 즐거웠습니다.
2015년 새해 지리명품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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