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천 권 독서법 / 전안나

정진숙 2018. 1. 25. 23:55

책 속에 길이 있다, 는 말에 목매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앞뒤 사방이 꽉 막혀 그 어디에도 길이 없는 것처럼 막막할 때

책은 정말 길이 되어주고 가느다란 희망이 되어주었다.

적어도 나에겐 둘도 없는 친구도 되었고 고마운 길잡이도 되었다.

 

문학이라 하면 왠지 거창하고 어려워진다.

그러나 사람 사는 이야기라 말하면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

 

시니, 소설이니, 수필이니 하는 형태로

풀어가는 방식만 다를 뿐이지 모든 문학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위로 받았던 거 같다.

나와 다른 이들,

때론 나와 비슷한 이들의 삶을 책으로 곁눈질 하는 동안

안도하고 공감하며 위안을 삼았다.

아무에게도 묻지 못하고 뭣도 모르던 숙맥이

책에게 물으며 스스로 답을 찾곤 했다.

 

어느 순간 독서는 빛바래 가던 삶을 반짝이게 해주었다.

무언가에 목말라 할 때 한모금의 샘물이 되어주었다.

 

“남들보다 더 잘하려고 고민하지 마라.

지금의 나보다 더 잘하려고 애쓰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소설가 포크너의 말처럼

누구와 비교해 더 나아지기보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책을 읽어왔다.

 

책 속엔 진짜로 길이 있었다.

책 속엔 나를 조금씩 앞으로 나가게 만드는

견고한 길이 있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 더 넓은 세상을' 엿보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다.

 

“한 권 한 권 책을 읽어나가면서 기쁨이나 위로 혹은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한다면, 문학사를 줄줄 꿰고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자신과 일상을 잊고자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 그 반대로 더 의식적으로, 더 성숙하게 우리의 삶을 단단히 부여잡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헤르만 헤세,독서의 기술에서)

 

몇 해 째 일년에 책 백 권 읽기에 도전하고 있다.

비록 목표를 다 채워 백 권의 책을 완독한 적은 없지만

해마다 오륙십 권의 책은 꾸준히 읽었다.

매일 한 권씩 삼년 간 1천 권 읽기를 실천하는 전안나 작가에 비하면

가소로운 일이긴 해도 나의 소박한 목표로도 이미 만족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로 되기까지

그 책들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 했다고 믿으니까.

빠져나가는 물에도 키가 자라는 콩나물처럼

마음의 살집이 조금은 올랐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