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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로 떠나는 북트레킹, 대구

1. 광역도시 대구를 말해주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 소설을 통해 대구를 만나보는 북트레킹을 떠납니다. 김원일의 소설 은 1988년 초판 이후 재판과 보급판까지 총 500만부가 넘게 판매된 스테디셀러입니다. 도서 판매량이 어마어마했던 걸로 미루어보아 예전엔 지금보다 독서인구가 많았었나 봅니다. 이 소설은 대구 시내를 배경으로 전쟁 후 서민의 고달픈 삶을 잘 그려낸 수작으로 전후세대의 많은 공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스토리는 오래 전 MBC드라마로 방영되었던 작품이라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도 한번쯤 보았을 법한 내용입니다. 불과 얼마 전 우리의 일상이기도 했던 시절 근세 우리 시대의 자화상 같았던 소설 속 장소로 잠시나마 타임슬립 해봅니다. 2. 어린 시절 살았던 대구 남산동에서 계..

여름 기차여행, 여수

여수 하면 어떤 것이 제일 먼저 떠오를까? 노량해전, 이순신, 진남관, 오동도 등등 예전엔 그랬겠지만 요즘은 무조건 여수 밤바다이다. 문화콘텐츠의 힘이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여수시 역사의 고장 이순신장군의 도시가 단 한곡의 노래로 낭만 여수의 이미지로 탈바꿈되고 말았다. 8월말, 여름도 막바지를 향할 즈음 낭만의 바다 여수로 떠나보자. 여수 밤바다의 낭만 속으로... 2018. 8. 1일차: 여수엑스포역-진남관-그림정원-자산공원-고소동벽화마을-하멜등대-낭만포차거리 2일차: 그림정원게스트하우스-오동도-향일암-여수엑스포역 춘삼월, 봄이 오는 길목에 동백꽃 보러 남쪽으로 떠납니다. 붉은 동백꽃잎 질 때 서러워 서러워 빨갛게 멍이 드는 꽃 순정의 동백꽃 만나는 길 여수..

근대로의 기차여행, 부산

1 지나온 삶의 흔적들을 되돌아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도시의 하고많은 멋진 경관 중에 구태여 낡고 오랜 원도심을 둘러보는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젠 뒤돌아 볼 여유가 생긴 때문일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리던 팍팍한 순간을 지나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고 관조할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이 생긴 때문일 것이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을 조금은 담담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멋지진 않지만 낡고 오랜 것이 주는 편안함과 위로가 숨 가쁘게 변해가는 지금에 마음의 쉼터를 만들어준다. 내달리는 시간을 잠시나마 멈추게 하는 곳, 그때 그 시절로 떠나는 부산여행. 어린 시절 두어 해를 머문 원도심으로 옛날을 만나러 간다. 나의 옛날을 찾아 가는 그길. 조금은 헐렁한 마음으로 떠나도 되련만 촘촘히 계획을 세우고..

봄마중 기차여행, 하동 평사리

1 아스라한 봄길 남도의 들녘으로 떠난다. 하얀 모래톱 끝에서 은빛 금빛으로 반짝이는 섬진강변을 올 봄에도 찾아간다. 3월, 혹은 4월이면 봄을 앓듯 섬진강을 향하는 상사병. 꽃비 흩날리는 강변의 해사시한 웃음 아른거릴 때 마음 한없이 두드리는 그 강을 만나러 이 봄도 길을 나섰다. 남도대교 아래 잔잔한 윤슬, 화개장터 옆 붉은 개복숭아꽃 나무, 동동주 한 잔술 파는 장터 과수댁에 한해살이 안부를 건네고, 지리산 자락을 넘어온 따가운 봄 햇살 받으며 마음 한껏 흔드는 그 강을 향해 달려간다. 봄이 오는 길 1번지, 춘사월 하동을 만나러. 고소성 위에 올라서면 마음 고즈넉해지는 절경을 마주하게 된다. 드넓은 평사리 들녘과 아득하게 휘도는 섬진강 물길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생각지 못했던 강 하구의 멋진 ..

기차로 떠나는 근대여행, 군산

연분홍 꽃잎 하늘거리는 봄날. 꽃비 내리는 길을 걸을 때면 괜스레 눈물이 나곤한다. 너무나 짧은 봄날이기에, 봄날은 기어이 가고야말기에, 나풀거리며 지는 꽃잎을 핑계 삼아 슬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잠깐 머물다가 속절없이 떠나는 봄. 아쉬운 그 봄날 눈부시게 아름다운 군산 월명산 벚꽃 길 걸으며 짧은 봄을 누려본다. 월명산 오름길 옆으로 해망굴이 보인다. 군산 시내를 관통해 내항 쪽으로 뚫린 백여 미터 길이의 나즈막한 굴은 월명산 끝자락에 위치한다. 해망, 바다를 바라보는 곳이라니. 무슨 기막힌 사연이 있을까. 몇 해 전 해망굴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문득 군산을 가고픈 생각이 들었다. 옥구라는 작은 포구가 군산항이 되기까지는 일제의 검은 속셈이 있었다. 호남평야 일대 곡창지대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나..

겨울 기차여행, 춘천 실레마을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리 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집이라야 대개 쓰러질 듯한 헌 초가요, 그나마도 오십호 밖에 못되는, 말하자면 아주 빈약한 촌락이다.’ 소설 의 작가 김유정은 수필 병상일기에서 고향 실레마을을 이렇게 묘사한다. 지지리도 가난하던 그의 고향은 일제강점기 김유정 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튼튼한 뼈대가 되어 주었다. 그의 작품 중 12편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인공은 그가 살던 시절 현실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둘러보면 궁색함과 고달픔 가득했지만 그를 품어주는 고향의 품은 언제나 ..

송년의 노래 / 홍수희

늘 먼저 떠나는 너는 알지 못하리 한 자리에 묵묵히 서서 보내야만 하는 이의 고독한 가슴을 바람에 잉잉대는 전신주처럼 흰 겨울을 온몸에 휘감고 서서 금방이라도 싸락눈이 내릴 것 같은 차가운 하늘일랑 온통 머리에 이고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고 섰는 송년의 밤이여, 시작은 언제나 비장하여라! - 홍수희시인, 송년의 노래 누구라도 한번쯤은 비장해지는 시간 송년이다. 떠나간 어느 한해가 만족스러울 리 있을까마는 올 한해는 유난히 더 아쉬움과 회한 가득한 나날이었다. 그럼에도 해마다 맞는 송년의 의미는 모든 지나간 것들을 소각하고 잊는 것에 있지 않을까. 새날 새 마음으로 새롭게 맞이하는 새해 송년의 경계엔 또 새로운 날의 시작이 맞물려 있다. 다시 힘차게 희망의 새해를 Happy New Year!!

2020.12.31

11월의 안부

무심히 걷던 골목길 잊었던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리어카에 가득 실린 새파란 가을 열무 뽀얀 솜털 파릇한 잎사귀에 찬 바람이 묻어있다 벌써 입동 어느 아낙의 부엌은 바쁘겠구나 겨울 채비로 마음 부산해질 나날들 또 계절이 바뀌고 있다 지는 낙엽을 바라볼 짬도 못내고 정신없이 이 가을을 보냈다. 시간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드는 거라던데 바보 같이 계절을 놓치고 말았다. 가을과 겨울 사이 11월의 쓸쓸한 안부.

카테고리 없음 2020.11.29

24시 편의점

이틀 째 문이 닫혀있었다. 갑자기 무슨 일일까. 대형 마트와 유명 편의점 사이에 낀 우리편의점은 24시간 운영하는 동네 작은 구멍가게다. 근처 마트를 주로 이용하기에 평소 우리편의점에서 구입하는 물품은 별로 없다. 간혹 퇴근길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 주전부리나 아이스크림을 몇 번 샀던 게 전부다. 늦은 밤 가게를 지키는 건 대부분 노인 부부였다. 번갈아가며 불침번을 서는 건지 어떤 날은 바깥어른이 계시고 어떤 날은 안주인이 계셨다. 건장한 젊은이들도 버티기 힘든 밤샘 일을 두 노인이 감당하는 걸 보며 열심히 사시는 모습에 마음 숙연해지곤 했다. 얼마 전 퇴근길에 아이스콘 몇 개를 사고 셈을 치르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인상 좋은 젊은이가 계산대에 있었다. 새로 온 아르바이트생인가? 갸웃거리며 거스름..

수필 2020.10.13

브라보 유어 라이프

전철역 홈 스크린도어에 비친 두루뭉실한 내 몸과 맘 세상 풍파에 많이도 둥글어졌다 깜빡 졸다 지나쳐버린 두 정거장은 잃어버린 꿈처럼 아득히 멀기만하다 가야할 길은 멀고 내가 탈 전철은 금방 막차 그 와중에 인정머리 없는 나무의자에 축 늘어진 젊은이 하나 애처럽게 눈에 든다 오늘 하루 무척이나 지쳤나보다 흔들어 깨워볼까 망설이다 못내 외면한다 살아감은 각자의 몫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것 브라보 유어 라이프 세상 모두의 건투를 빈다

2020.10.12